비범함을 향한 평범함의 항변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8/01/01 23:46 under 기록
영화 포스터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 龜は意外と速く泳ぐ)
미키 사토시 감독, 코미디, 90분
우에노 쥬리, 아오이 유우

스즈메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거북이에게 밥 주는 것이 일이다. 외국지사에 근무 나간 남편은 매일매일 전화가 오긴 하지만, 묻는 것은 거북에게 밥을 줬느냐는 내용뿐이다. 그 대화마저도 성실하지 않다. 전화를 끊은 직후 다시 전화가 와서 묻는다. “거북군 먹이 줬다고 했던가?”

일상을 지루해 하는 스즈메의 시각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배관공과 쓸데없는 시비가 붙어 배관공의 집까지 가게 되고, 또 배관공이 삐쳐서 “집까지 걸어서 가!”라고 한 말에 정말로 그냥 집까지 걸어가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런 스즈메가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하게 되고, 스파이 임무를 받게 됨으로써 이런 일상은 특별해져 버린다. 스파이 임무는 “눈에 안 띄도록 ‘평범’하게 일상을 사는 것”. 임무가 되고 보니 이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비범함은 평범함을 어떻게 바라볼까? 어중간한 맛을 내는 라면집은 평범함을 바라보는 비범함의 우월감에 가득 찬 시선에 반항하는 장소이다. 어중간한 맛을 내는 것이 맛있는 맛을 내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거라는 대화가 오고 가더니, 영화는 정말로 맛있는 라면을 만들어 내는 장면을 보임으로써 어중간한 맛은 맛있는 맛을 내지 못하는 ‘패배자들의 변명’이라는 주장을 과감하게 논박한다.

영화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상의 즐거움을 보여준다. 오히려 잘나가고 비범한 쿠자쿠가 평범한 스즈메를 부러워하더니, 너무 비범해서 스파이 혐의로 감금당해 버린다. 영화의 결말은 스즈메가 쿠자쿠를 구하려고 출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는 ‘평범’의 위대함을 웅변한다. ‘비범’을 구원하는 ‘평범’의 ‘비범’함. 영화 내내 펼쳐지는 별로 웃기지도 않는 오타쿠 유머들은, 영화의 메시지를 통해 비로소 1급 유머로 승화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2번 보면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