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진지함

2008/09/01 23:55 under 기록

언제부턴가, 삶의 고통에 찡그리거나 꾀죄죄한 모습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말이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기 위해서는 ‘유머’가 필요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마도, 유머라는 것이 진지하기만 했던 어떤 관성에 반항하는 ‘혁명’으로 보여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유머의 가치에 대해서 부정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인간이 유머있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여유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여유조차 없는 억눌린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살기위해 진지하게 절규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유머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진지함만이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진지해야 하는 것에 유머로 화답하는 것 또한 충분히 폭력적일 수 있다.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문제마저, 유머있는 것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그들의 여유에서 나는 소비되는 ‘진보’의 계급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