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體)용(用)론

2007. 3. 02. 03:18

… 헌데 내 눈에 보이는 자네란 녀석은, 체(體)나 용(用) 사이에 어떤 부조화를  갖고 있는 듯하다구. 용에 비해 체가 너무 크거나, 체에 비해 용이 너무 크다구. 용에 비해 체가 큰 경우 , 거기엔, 아직 잠 못 깨고 죽음처럼 뻗치고 누운 황폐가 따라 있고, 체에 비해 용이 더 큰 경우, 거기엔 일종의 삼재팔난이라고나 해야 할 무질서가 덮여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체를 택한다면, 그 용적을 넓히거나 좁힐 수밖에 없는 것이고, 용을 택한다면, 그 수근(水根)을 끊거나, 더 깊이 파고드는 수 뿐이다. 그것은 자네게 고통으로 던져진 것이야. 이보라구, 자네는 헌데 어째서 그따위로, 흐리멍덩한 눈으로 날 보고만 있는거지? 잠이 여태도 깨인 게 아니라면 죽장 서른 대로 하여, 너의 그 쓸모없는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 놓을 터인데, 그것은 불순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라구… _ 박상륭著 [[죽음의 한 연구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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