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紙 3

2008. 10. 17. 08:12

白紙 3

                                                                 조정권

  방황하는 이 옆에서는 아무 질문도 하지 말 것.
  침묵으로써,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출 것.
  그 옆에서는 다만 공손함으로써 그 영혼에 합당한 예의를 갖출 것.
  요란스러운 화장기를 벗길수록 인간의 영혼이란
  苦痛,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 것, 살아온 날들과 또 살아야 할
  수많은 날들의 두려움에 대하여 至上의 위안이란 마치 간섭과도 같은 것.
  그것은 또한 내가 내 스스로에 행하는 강요와도 같은 것
  때때로 침묵함으로써, 이 시간에 나는 마음과 영혼과 빈손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느끼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결국 뼈를 찔리는 일이 아닌가.
  뼛속 깊이 찔리는 그 실감나는 시간의 蓄積인 영혼
  흔히 바쁘게 지나치다가도 有情한 눈길을 주다 보면
  白紙는 비어 있음으로써 充溢한 불을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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