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만진다. 나

2009. 7. 17. 19:14

나무를 만진다. 나무를 만지면 나무라는 재질이 인간과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늙은이의 마른 몸을 흔히 장작에 비유하는 이유는 그만큼 나무를 보면 인간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를 사용하기 위해 이미 박혀 있는 못들을 뽑았다. 나무가 인간에게 상처입히는 경우는 두가지이다. 본시 까시가 나도록 되어있는 까시나무인 경우나 인간이 나무에게 못을 박은 경우이다. 못박힌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그 모습이 다양하다. 한 반듯한 나무는 1977년의 모월 모일이 기록되어 있다. 그 건물은 헐리어 이 나무는 이곳으로 흘러 들어 왔겠지만, 먼 과거 대들보로 영화를 누리던 나무였으리라. 그 나무의 다양함 만큼이나 못박힌 양태도 다양한데 아무래도 일자로 정직하게 박혀 있는것이 가장 빼기가 쉽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20cm은 족히 넘는 큰 대못을 관통시킨 후 그것을 굽혀 반대방향으로 다시 망치질을 한 경우이다. 그럴 때는 정직하게 못대가리만 땡겨서는 안된다. 못을 빼어내기 전에 못을 바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거기에다 나무가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는지 물에 함빡 젖기라도 할라 치면 일은 더 힘들어 진다. 나무 안에서 녹슬어 버린 못은 자신이 더이상 나무와 별개의 개체가 아닌마냥 비명을 지르며 빠져 나오는데 그건 순전히 못의 비명인지 나무의 비명인지, 아마도 둘 모두의 비명인 것 같다. 이렇게 조금은 위험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나무들을 보고 있작시면, 나의 어떤 까끌까끌함은 가시나무의 그것인지, 못박힌 나무의 그것인지, 아니면 더이상 별개의 개체가 아닌 못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런 시답잖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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