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 지우기 쉬

2009. 8. 15. 11:53

기억보다 지우기 쉬운것이 기록이겠지만, 흐려지는 기억을 다시 다잡는 것도 기록이다. 집청소를 하다가 구석에 처박힌 먼지앉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처럼, 구석 어딘가에 처박힌 폴더의 사진을 발견한다. 몰래몰래 흐릿하게 촛점없이 날림으로 찍은 사진들. 잊은 기억인건지 잊어야할 기억인건지, 잠시잠깐 괴롭다. 기록은 어떻게든 기억에 촛점을 만든다. 기억과 이야기들 보다 기록과 문자가 승리했던 이유는 기록과 문자가 의식을 모아주기 때문이리라. 기록이 의식을 모으고 다시 일어난 기억은 그 안의 인간을 보게 한다. 인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괴롭고 우울한 일이다. 타인의 삶을 그저 바라보는 그것 만으로도  버겁다. 하지만 그 버거움은 결국 내 의식의 내 이해인 한에야,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라기 보다, 나에게서 흘러 나오는 버거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명인 한에야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버거울 것이다. 나는 차라리 사물이고 싶다. 솔직히 말해 나는 더이상 의식있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있는 의식마저 버리고 싶다. 나는 차라리 사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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